키 작은 낙동강역.

밀양에서 하동 가는 길에 경전선 첫 번째 간이역, 낙동강역을 찾았다. 밀양강, 낙동강, 그리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조수가 만나 일렁이는 곳이라 이름 붙은 삼랑진, 낙동마을 조그만 시골역이다. 너무 늦게 왔을까, 공사 중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조금 뿌옇게 흐린 하늘에 해가 높은 점심때라 빛이 아쉽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 몇 장 담아본다. 이른 아침 낙동강 물안개와 강바람이 함께하는 간이역 풍경으로 다시 만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낙동강역 앞마당에서 바라보면 키 작은 간이역쯤은 훌쩍 넘는 키 큰 벚나무도 좋지만, 남도에는 역시 히말라야삼나무가 아름답다. 삼랑진 매봉산을 뒤로하는 시골역 앞마당에 나무가 울창하여 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오래된 야외 맞이방과 낡은 자전거 보관소가 있는 옛 풍경 그대로 남아 있는데, 통학 열차를 이용하던 학생이 없으니 늘 텅 비어 있고, 때마침 멈춘 낡은 무궁화호 열차에서 동네 주민인 듯한 할머니 두 분께서 내리실 뿐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차장 아저씨 혼자 다시 올라타고 역을 떠난다.






간이역과 완행열차.

현재 경전선 낙동강역에는 목포 - 부전 무궁화호 열차처럼 일부만 머물고, 서울과 대구에서 마산을 오고 가는 열차는 모두 그냥 지나간다. 경전선 삼랑진 ~ 진주 구간 선형 개량과 함께 복선 전철화 공사가 한창이고, 현 낙동강역을 그대로 지나가지만, 낙동강철교는 한 번 더 옮겨서 새로 만든 복선철교로 이어진다. 경부선 미전역, 삼랑진역과 경전선 낙동강역이 삼각선을 이루고 앞으로도 운전취급 업무에 중요한 역으로 계속 남게 된다. 예정대로 마산역에도 KTX가 서면 고속열차가 남도 간이역을 돌아서 통과하는 부조화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낙동강역에 하루 4번 서는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은 한 손으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삼랑진역이 서울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인 2km가 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이유가 아니다. 어느 시골역이든 마을에 사람 수가 줄고 그나마 남은 사람도 도로 교통 발달로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기차 타는 사람이 별로 없으며, 타는 사람이 적으니 작은 간이역에 서는 열차가 줄거나 아예 없어지면서 기차 타기가 불편해지고 타는 사람은 더 주는 악순환도 이어진다. 느리고 불편한 KTX 등장으로 통일호 열차도 없어지면서 더욱 커진 문제로, 한국철도공사가 철도 공공성이라는 제 할 일을 못 하고 있다는 얘기이고, 철도가 차지하는 교통 분담률이 줄면 결국 환경 문제로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낙동강역에는 방명록이 있다.

낙동강역에는 비록 역무원은 없지만, 곳곳에 꽃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을 만큼 명예역장님 따뜻한 손길이 닿아있다. 색다른 방문 기념 스탬프와 다른 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방명록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여느 방문 기념 스탬프와 다르게 스탬프를 미리 찍어 역 소개하는 내용을 함께 담아 나누어준다. 일련번호 80번이 찍힌 스탬프를 받았는데, 낙동강역이 무인역이라 방문객이 손수 찍을 수 있는 스탬프를 따로 둘 수 없으면 가까운 삼랑진역에 맡겨두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맞이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면 이런저런 사연을 담아 추억을 나누는 방명록 한 장 한 장이 벽에 붙어 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 조그만 간이역에 관심이 있는 손님이 꾸준히 찾아온다는 얘기이다. 펜을 들고 잠깐 망설이다가 몇 글자 남겨본다. 여름과 가을이 만나는 날에 내가 남긴 방명록 한쪽을 나중에 다시 찾아와 볼 수 있을까.


사진 - 2009.09, 글 - 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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