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에 보낸 편지.

가을비 그치고 능내역을 다시 찾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을 사진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허물어지지 않았을 뿐, 이제는 이름만 남은 폐역으로 간다.









기차가 오지 않는 철길.


하늘빛 닮은 한강 따라 강바람 스치며 옛 6번 국도를 느긋하게 달리면,
팔당댐 어깨를 지나 두물머리 가는 길목에서 능내역을 찾을 수 있다.

중앙선 기차가 서울을 막 벗어나 만나는 조그마한 시골역이 능내역이었다.
강물 따라 이어지는 철길에서 울리는 화음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하였다.

한강과 어우러져 달리던 중앙선 철길을 깜깜한 굴 안으로 옮겨 놓았으니
철도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능내역은 버려지고 말았다.

능내역에서 마지막 기차가 떠난 뒤로, 만남도 헤어짐도 더는 없다.
낡은 플랫폼에는 잡초만 무성할 뿐, 떠나가는 사람도 돌아오는 사람도 없다.

능내역은 아무 말 없이 모든 것을 다 내주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이제는 전차선도 철거하면서 텅 빈 철길만이 그 자리에 있다.

사람 발길이 떠난 역이어도, 기차가 오지 않아 버려진 녹슨 철길이어도
봄이 오고 여름이 깊어가면서 풀씨가 날아와 그 빈자리를 달래기 마련이다.

후드득 소나기라도 내리면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에 슬픔을 감출 역이다.
능내역은 슬픔조차 거두어 가는 곳.

이제 능내역에서 보낸 편지는 오지 않는다. 능내역은 소리 없이 잠들어버린 곳.




***

2008년 12월 29일, 수도권 전철 중앙선 팔당 ~ 국수 구간 개통으로 능내역은 폐역이 되고, 십 리 떨어진 옆 마을에 새 전철역, 운길산역이 생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담하고 예쁜 시골역이었던 신원역, 국수역, 아신역 들은 모두 철거되었고, 현대식 전철역으로 새로 지었거나 한창 공사 중이다. 앞으로 중앙선 광역전철은 국수역을 지나 용문역까지 2009년 말 개통 예정이다.


사진 - 2008.10 / 2009.05, 글 - 2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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